얼마 전 유니클로(Fast Retailing, TYO:9983/HK:6288)가 스페인의 자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의류회사가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 푼도 돈을 투자한 적이 없는 유니클로라는 기업을 이 글에서 언급하는 이유는, 내가 이 기업과 관련된 경험을 통해 투자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세 중 하나를 배웠기 때문이다.
나의 투자 철학 또한 어떤 것은 스스로의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얻어지기도 했고, 일부는 다른 투자자들의 사고를 접함으로써 배우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내 스스로가 저지른 실수로부터 배워가는 고통스러운 방법을 통해 얻어졌다. 유니클로의 사례는 마지막 경우에 해당하는 사례다.
2016년 여름, 나는 당시 다니던 직장이 위치한 건물에 새 유니클로 매장이 들어서는 모습을 보았다. 매장의 위치는 오피스 빌딩 안쪽으로, 매장 앞을 지나는 인구라고는 고작 출퇴근을 위해 건물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전부인 위치였다. 그마저도 출입구로부터 거리가 떨어져 있어 건물 밖에서 상품을 보거나 할 수도 없었다. 출퇴근을 하며 보이는 매장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저기 매장을 열어서는 장사가 안될텐데' 하고 생각했다.
문제는 바로 이 일차원적인 사고방식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유니클로는 결코 형편없는 기업이 아니었다. SPA 기업들이 호황을 누리던 당시에도 유니클로는 매장 수로 보나 제품의 경쟁력으로 보나 가장 강력한 선도 기업이 분명했다. 그런데 일본을 비롯해 이미 전 세계 수백 개가 넘는 매장을 오픈한 경험이 있는 기업이, 평범한 소비자가 보기에도 도저히 장사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위치에 매장을 열었다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 상황 속에서 내가 가졌어야 했던 의문은 그 매장의 장사가 잘 될 것인지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 매장의 위치가 장사에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만한 기업이 그런 위치에 매장을 연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었어야 했다. 단편적인 생각에 그치지 않고 조금 더 깊이 생각했더라면 이러한 정보가 가리키는 사실이 곧 기업의 부실함이나, 브랜드 가치와 제품의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의 증거, 둘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뒤로 패스트 리테일링의 주가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다행히 패스트 리테일링의 주가가 크게 오르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아무리 좋은 기회였다고 해도 나는 어차피 그 기회를 놓쳤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다음번 비슷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중요한 단서를 놓치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가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소한 단서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단순한 사실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자세를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알 수 없는 정보를 알지 못해 기회를 놓치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알 수 있는 정보인데 노력을 게을리해 좋은 기회를 놓친다면 투자자로서 그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 없다.
대단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의 단서가 항상 복잡한 숫자나 제무재표, 장문의 사업보고서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의 내부 정보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회는 대게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앞에 분명하게 주어진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과, 기회를 놓치지 않고자 하는 자세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투자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면 세상이 자신의 눈앞에 건네주는 결정적인 단서들을 절대 외면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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