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재밌게 봤던 TV 프로그램 중에 CEO Exchange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다양한 기업의 CEO를 초빙해 인터뷰하는 방식의 TV 쇼로 한국에서도 EBS를 통해 방영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두 편이 기억에 남는데, 한 편은 아직도 이름을 기억하는 당시 의류 브랜드 Guess의 CEO였던 알렉스 예메니지언이라는 사람이 나왔던 편이고, 다른 한 편은 GE의 잭 웰치가 출연한 편이다. 오늘 얘기하고 싶은 내용은 GE의 잭 웰치 씨가 출연해서 했던 이야기 중 일부에 관한 얘기다.
잭은 변화라는 주제에 대해 답변하던 중 갑자기 뭔가 떠올랐는지, 사회자에게 그날 아침 뉴스를 본게 있는데 그 얘기를 해도 되겠냐고 물었다. 사회자는 승낙했고, 잭은 그날 아침 CNBC 뉴스에 베일 스키 리조트 사장이 나와 당시 힘든 경기로 사람들이 여행은 생각지도 못하던 시기에 다른 리조트와 호텔 몇 개를 꿈도 꾸지 못할 가격에 사들였다고 얘기하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나는 막연히 그가 어떤 리조트라고만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다시 보게 된 영상에서 그가 정확한 기업 이름을 얘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당연히 아직도 그 기업이 있을지 궁금했고, 처음 들어본 기업의 이름을 검색해 본 결과는 놀라웠다.
방송이 방영된 지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지금 베일 스키 리조트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북미 대륙에서 3번째로 큰 스키 리조트가 돼 있었고, 97년 파산 후 재인수되어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모기업 베일 리조트(NYSE:MTN)의 주가는 20년 동안 약 스무 배 가까이 올랐다. 연 복리로 16%에 달하는 성장이다.
놓쳐버린 기회를 반성하기 위해 이 얘기를 꺼낸 것은 아니다. 당시 나는 주식이라는걸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으니까. 그러나 어렸을 때 TV에서 봤던 작은 기업이 20년의 세월이 지나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해 있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은 투자자에게 분명 좋은 경험이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질문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음 20년의 세월이 지나 세상을 돌아봤을 때 눈부시게 성장해 있을 기업은 어떤 기업인가? 이 질문이야말로 오랜 기간에 걸쳐 큰 수익을 얻기를 바라는 투자자라면 반드시 한번쯤은 고민해봐야 할 질문이다.
'Pincher >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니클로의 사례 - 투자의 단서는 어디에서 얻는가 (0) | 2021.04.15 |
---|---|
이항의 최근 이슈와 이로부터 투자자가 배울 점 (0) | 2021.02.19 |
포트폴리오의 안정성과 수익성 (0) | 2020.08.31 |
하워드 막스, 블룸버그(Bloomberg) 인터뷰에 대한 생각 (0) | 2020.08.20 |
자본주의와 개인의 주식투자 (0) | 2020.08.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