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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기업

배양육, 우마 발레티(Uma Valeti)의 UPSIDE Foods

by Pincher 2021. 11. 12.

 

 최근 들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산업 중 하나는 배양육 산업이다. 배양육은 산업 초기에는 lab-grown meat, clean meat 등 다른 다양한 표현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얼마 전 미 FDA의 발표에 따르면 'cell-cultured'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로 잠정적으로 협의되었다고 하니, 한글로는 세포 배양육, 혹은 배양육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최근에는 양자역학이나 화성 이주, 노화 방지와 같이 한 세기 전의 인간이었다면 꿈도 꾸지 못할 놀라운 기술들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지만, 이 글을 쓰는 시점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미래에 인간의 삶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다 줄 혁신적인 기술이 있다면 나는 아마 UAM과 배양육 기술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식물성 고기와 같이 대체육으로 표현되는 기술도 배양육과 자주 함께 논의되고는 하지만 이쪽에는 별 관심은 없다. 고기를 먹고 싶은 것인지, 먹기 싫은 것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대체육 산업은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육식을 선호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명을 사육하고 다시 도살하는 행위를 점점 더 윤리적으로 가볍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배양육 산업은 시장이 갖추어지기만 한다면 기존 육류 시장의 일부, 혹은 대부분까지도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앞으로 만들어지게 될 배양육이 자연육과 생물학적으로 큰 차이가 없고, 가격 또한 적절하다면 나는 당장이라도 기존 육류에 대한 소비를 배양육으로 대체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산업의 미래가 아무리 유망하다고 해도 투자할 만한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투자자에게 그보다 더 실망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이미 상업성이 증명된 산업에 속한 기업의 경우도 크게 다를 바는 없지만, 새로운 산업에 도전하겠다고 하는 수많은 신생 기업들 중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기업을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느 유망한 새로운 산업과 마찬가지로 배양육 산업 또한 이미 세계적으로 수백 개의 기업이 앞다투어 진출하고 있다. 현재 가장 잘 알려진 기업들로는 이스라엘의 Aleph Farms, Future Meat, Super Meat, 미국의 UPSIDE Foods(구 Memphis Meats), 네덜란드의 Mosa Meat 정도가 있는데, 검토해 본 결과 그 중 한 기업만이 눈에 띄었다. Uma Valeti 대표가 이끄는 미국의 UPSIDE Foods다.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UPSIDE Foods는 2015년 Uma Valeti, Nicholas Genovese, William Clem에 의해 설립됐다. 기존에는 Memphis Meats로 알려져 있었지만, 올해 5월 UPSIDE Foods로 사명을 변경했다.

 

 배양육과 관련된 정보를 조사하던 중 접하게 된 한 인터뷰에서 Uma Valeti 교수를 처음 알게 됐는데, 인터뷰를 얼마 보지 않아 이 사람에 대해 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창업자인 줄기세포학자(stem-cell biologist) Nicholas Genovese, 조직공학자(tissue engineer)인 William Clem 박사와 달리 대표직을 맡고 있는 Uma Valeti 교수의 이력은 다소 독특하다. Wayne State대, 뉴욕 주립대, 메이요 의대 등에서 심장학/심혈관학을 공부하고 미네소타대 조교수, 미국 심장협회장을 거쳐 UPSIDE Foods를 창업한 그는 지금도 스탠포드대 의대 심혈관학과에서 겸임 교수직을 맡고 있는 20년 이상 경력의 심장, 심혈관 의학자다.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들여 전문적인 경력을 쌓은 인물이, 왜 45세의 나이에 새로운 분야의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싶었을지 나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에 발견한 한 인터뷰에서 이러한 궁금증을 조금은 해소해줄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체육이 아닌 배양육 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줬다. 자신은 심장학도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며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고, 새로운 삶을 얻어 병원을 나서는 환자들에게 퇴원 이후의 건강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지만, 퇴원한 환자들 셋 중 한 명은 한 달도 되지 않아 기존의 식습관으로 돌아가든, 약을 복용하지 않든 기존과 동일한 삶으로 돌아가는 것을 목격해야만 했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고 해도 결국은 본인이 원하는 것을 선택한다는 선택의 힘을 깨달아야 했다고.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은 대체육이 아니라 진짜 고기를 만들어서 사람들의 식탁에 올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UPSIDE Foods는 아직 시리즈 B 단계의 스타트업에 불과하지만 이미 미 육류 대기업인 타이슨 푸드나 빌 게이츠, 테마섹, 버진그룹 등 다양한 경로로부터 투자 받는 등 관심도가 높은 기업이기 때문에 지금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상업화 또한 최근 몇 년 사이 상당한 진전을 이뤄 올해 안으로 배양육 치킨을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제품도 치킨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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