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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cher/칼럼

하워드 막스, 블룸버그(Bloomberg) 인터뷰에 대한 생각

by Pincher 2020. 8. 20.

 

 

하워드 막스 - 블룸버그 인터뷰 (2020. 01)

Oatkree’s Marks Says It's Not a Good Time to Invest


하워드 막스의 블룸버그 인터뷰를 보고 설명을 덧붙이고 싶은 내용이 많아 블로그에 올리게 됐다.

일부 질문들에 대한 하워드의 답변과 이 내용들에 대한 나의 생각을 조금 더해 올린다.

 

 

0:00

Q: 하워드, 투자자로서 자신의 강점 중 하나로 활용 가능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평가하고 미래를 확률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확률적으로 지금은 투자하기에 적기일까요?

A: 확률적으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장이 상당히 오랫동안 강세장(bull market)을 유지하는 동안 기업들의 실질 성장에 비해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 유동성의 증가로 인한 주가 상승이라고 봐야 하는데, 이러한 요인으로 오른 주가가 내일 당장 내려갈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종합적으로 투자자들에게는 불리한 요소다.

 

 바보 같은 질문을 하워드가 찰떡같이 알아듣고 시장 전체의 관점(특히 US market)의 관점에서 대답했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투자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안타깝게도 질문자는 무엇에 대한 투자인지를 언급하지 않았는데, 시장 전체, 특히 미국 시장이나 일부 미 대형 선도주들의 경우에는 하워드의 답변이 밀접하게 적용될 수 있겠지만 모든 주식에 적용되는 얘기는 아니라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훌륭한 주식을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전체 시장의 흐름과 무관하게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좋은 기회를 발견했다면 경기 사이클이나 금리와 같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적인 조건에는 일체 신경쓰지 말고 주저 없이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주식 시장이 1929년처럼 투기 광풍에 휩싸여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거나 주요 경제 지표들이 일제히 경고음을 내고 있을 때가 아니라면 경제 전반이나 주식시장의 상승과 하락 사이클을 일체 무시하는 게 당연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히려 적절한 매수 기회가 나타나면 즉시 투자해야 한다." - 언제 살 것인가,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3:20

Q: (충분한 기술이 없다면 운이 결과에 더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대화 후)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만약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토론을 위해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훌륭한 투자자가 되기에는 기술이 부족하다고 가정해보죠. 그렇다면 이런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그런 경우라면 우리가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와 같은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맡기듯이, 펀드매니저와 같은 대리인에게 투자를 맡겨야 한다. 그러나 exceptional한 실력을 가진 매니저를 찾을 수 없다면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운용 보수가 없는 인덱스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

 

 교과서적인 답변이다. 그러나 그가 exceptional한 펀드매니저는 귀하다고 말했듯이, 스스로 훌륭한 기업을 찾아내지 못하는 사람이 훌륭한 펀드매니저를 찾아낼 가능성은 마찬가지로 낮다. 이런 경우라면 좋은 선별형 펀드를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인덱스 펀드를 주된 투자 대상으로 삼는 편이 바람직하다.

 

 

4:22

Q: 만약 우리가 믿는 시장의 효율성이 사실은 정보와 연산 능력을 포함하는 함수에 가깝다면?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이 실력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사는 이러한 사실이 신기루에 불과한 것이라고 증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인덱스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는 건 생각보다 너무나도 어렵다.

A: 모든 투자자가 평균 이상일 수는 없다. 세상에는 평균인 사람도, 평균 이하인 사람도 있다. 자신이 평균보다 나은 투자 실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도 되는 사람은 당연히 소수여야만 한다.

 

 내가 일반 투자자에게 인덱스 펀드를 추천하는 이유라는 글의 마지막 부분에 언급한 것과 비슷한 내용이다. 거의 완벽하게 시장 평균 수익을 보장해주는 인덱스 펀드라는 상품이 나온 지금 직접 투자를 하고 싶다면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스스로 인덱스 펀드보다 장기적으로 높은 평균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에 적합한 자질을 가진 사람인지 충분한 기간을 두고 검증해본 뒤에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

 

 

7:04

Q: 이번엔 조금 다른 질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다른 좋은 예가 있다면 바꿔도 좋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지난 몇 년간 주가수익비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계속 상승해 왔습니다. 제가 묻고 싶은 건 이 그래프 어디에라도 '아, 이제 마이크로소프트는 너무 비싸졌어. 이건 이제 도저히 살 수 없어.'라고 생각할만한 지점이 있을까요? 주가는 실질 가치와 무관하게 계속 오르는데, 이번엔 정말 다른 것 아닌가요?

A: 가격은 언제나 중요하다(price always matters). 주가가 적정 가격보다 10%, 20% 비싸다고 나쁜 예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가격은 얼마든지 높게 책정될 수 있다. 차트를 보면 주가 상승폭이 실질 성장에 비해 높아 상당 기간 동안 주가가 오르지 못한 기간도 있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가 실제로는 너무 높은 게 아닐 수도 있고, 따라서 지금이 나쁜 투자 기회가 아닐 수도 있다.

 

 하워드의 답변 자체에는 그다지 우리의 영혼을 울리는 내용이 없지만, 이 질문은 반드시 블로그에 인용하고 싶은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서 진행자는 역사적, 혹은 통계적 관점에서 이미 충분히 과도하다고 할 만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주식이 높은 평가와 무관하게 오랜 기간 계속해서 가격이 더 상승하는 경우를 예로 들며, 실질 가치와 평가 가치 사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존의 격언들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는 것은 아니냐고 묻고 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은 주식의 가격이 결정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다. 현재의 증권 거래 시스템에서 주식의 거래 가격에 대한 결정권은 전적으로 시장이 갖는다. 시장 참여자 다수(majority)가 동의한다면 주가는 얼마든지 기업의 실질 가치와 무관한 수준에 결정될 수 있다. 실질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가격에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고 해서 앞으로 더 높은 가격에 주식이 거래되지 못하도록 막는 장치나 법은 없다. 따라서 이런 경우라고 해서 반드시 투자 대상의 수익성이 떨어진다거나 미래의 가격이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미래가 전도유망한 기업의 주식이라면 얼마의 가격을 지불하건 상관없이 매수해도 좋은 것인가? 주가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고, 앞으로도 더 오를 것으로 보이는 기업의 주식이라면 주가수익비율이나 장부 어딘가에나 적혀있을 무관한 수치들은 모두 무시한 채 당장이라도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달려들어야 한다는 얘긴가? 이러한 질문을 떠올리는 이유는 수익성뿐 아니라 안정성 또한 투자자가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두 가지 핵심 가치 중 하나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데서 온다. 안전성과 수익성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안전성이 100%에 가까울수록 기대할 수 있는 모든 수익은 실제 수익에 가까워지고, 안전성이 0%에 수렴할수록 아무리 높은 수익성도 그 가치를 모두 잃는다. 따라서 투자 대상의 매력도를 판단함에 있어 투자자는 안전성과 수익성을 완전히 별개의 가치로 구분하여 평가해서는 안되고, 항상 두 가지 가치를 복합적으로 계산해야 한다.

 그러면 다시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 실질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의 문제는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주가 상승을 견인한 주 원인이 단지 더 사고자 하는 시장의 수요나 미래에 대한 장밋빛 환상으로 인한 것이라면, 이러한 주가가 하락하지 않도록 보장해주는 요인이 너무나 부실하다는 데 있다. 투자 대상의 가격을 가장 확실하게 보장해주는 것은 대상의 실질 가치다. 실질 성장이 아닌 다른 어떤 요인이 주가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주가가 기업의 실질 가치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투자자는 더 큰 하락의 리스크를 담보해야만 한다.

 그러나 현재의 실질 가치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반드시 충분한 투자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만약 30여년 전 누군가가 Microsoft의 시장 가치가 지금과 같아질 것이라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면, 그리고 충분한 자금을 투자하고 30년이란 세월이 지나는 동안 단 한 주의 주식도 처분하지 않았다면, 누가 감히 이 투자를 두고 안정성이 떨어지는 투자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30년이 넘는 미래를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는 안목보다 더 큰 안정성을 우리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이렇게 먼 미래의 일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최소한의 가격적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하는 자세는 분명히 현명한 투자자에게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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