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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cher/칼럼

분산투자에 대한 오해와 이상적인 분산투자 전략

by Pincher 2020. 1. 11.

"투자 판단에 대한 정확도가 높을수록 집중하고, 낮을수록 분산하라.
투자 판단 정확도가 50% 이하라면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는 게 낫다."

 

분산 투자는 생각보다 어려운 개념이다. 시장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과 달리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 언제나 미덕인 것은 아니다. 투자 대상을 늘려 리스크를 분산하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수익률의 감소를 동반한다.

 

확률이라는 것은 시행을 반복할수록 정확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만약 누군가의 투자 판단이 맞기보다 더 틀리다면, 투자를 반복할수록 손해를 볼 확률만 높아질 뿐이다. 이런 경우라면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거나 아예 투자를 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

만약 누군가가 특정한 대상에 투자하여 수익을 낼 확률에 대한 판단의 정확도가 98%쯤 된다면 가지고 있는 집을 팔아서라도 모든 자산을 투자에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내리는 판단의 정확도는 그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몇 개 되지도 않는 주식을 사서 평생을 보유하는 스타일의 투자 방식은 마땅히 천재라 불릴만한 이들에게 양보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 판단에 대한 정확도가 60% 내지는 80% 수준인 일반적인 투자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는 것이 이상적인가?

 

이상적인 포트폴리오 분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만약 내가 시장의 모든 기업 중 가장 유력해 보이는 2개의 기업인 A기업과 B기업의 주식에 투자할 생각이라고 하자. 두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여 수익을 낼 확률은 각각 80%, 70%로 추정한다. 이 경우 상식적으로 기대 수익을 가장 높이는 투자 방법은 내가 가진 모든 자금을 A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 경우 80%라는 비교적 높은 수익 확률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번의 시행으로는 이 80%의 확률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너무 높다고 여긴 나는 추정 수익 확률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을 높이기 위해 B기업의 주식에도 투자하기로 결심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한 가지 문제는 B기업에 투자하게 됨으로써 내가 추정한 확률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시행의 반복을 통해 더 높아지지만, 수익을 낼 가능성은 두 기업의 추정 수익 확률의 평균에 수렴하며 가장 확률이 높았던 기업에만 투자하는 것에 비해 더 낮아진다는 점이다. 감이 오는가? 분산 투자의 미(beauty)는 바로 최대한 높은 추정 수익 확률을 유지하면서 이 확률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을 충분한 수준까지만 높이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로 투자 판단 정확도가 100%라면 분산을 할 이유가 거의 없다. 하나의 주식에 투자하든 여러 대상에 나누어 투자하든 모든 투자 대상에서 100%의 확률로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무슨 이유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투자 대상을 제외한 다른 종목에 자금을 나누어 투자할 필요가 있겠는가?

 

일부 현명한 투자자들이 분산 투자에 관해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경우는 대게 투자자가 본인 스스로의 투자 판단 정확도를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으로 투자 대상을 과도하게 늘려 투자 수익률을 불필요한 수준까지 낮추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잘못을 범하지 않기 위해 투자자는 포트폴리오 분산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자신의 투자 판단 정확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파악해야만 한다. 그리고 자신의 투자 판단 정확도와, 투자를 고려 중인 각 주식으로부터 기대하는 각각의 수익성에 기반하여 종합적으로 포트폴리오 분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투자 판단 정확도에 관한 내용은 이미 버핏이 타격의 과학이라는 책의 내용을 예로 들어 우리에게 좋은 설명을 해준 바 있다. (Becoming Warren Buffet, HBO)

타격의 과학 (The Science of Hitting), 테드 윌리엄스

모든 타자는 타격 구간에 따라 각기 다른 타율을 가지고 있다. 투자자도 마찬가지로 투자하는 기업에 따라 판단의 정확도가 모두 다르다. 스스로 어떤 기업에 대해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직접 다양한 주식에 투자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공을 쳐보지도 않고 타율이 얼마인지 계산할 수는 없다. 이를 실험해보기 위한 기간으로는 약 10년 정도의 기간이면 충분할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적절한 빈도로 경기후퇴(recession)가 찾아온다면 더욱 좋다. 이보다 길면 더 좋겠지만, 인생의 반을 실험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포트폴리오를 적절하게 분산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투자할 대상으로 삼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자신의 투자 판단 정확도(타율)를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하며, 평균적인 투자 판단 정확도가 50%를 넘어야 하며, 이러한 타율은 이미 객관적으로 검증이 완료된 확률이어야 한다.

 

이상적인 포트폴리오 분산 전략은 언제나 다르다. 보유 중인 포트폴리오의 구성에 따라서도 다르고, 투자할 자금의 양과 성질, 투자 시기에 따라서도 다르며, 투자자의 성격에 따라서도 다르다. 가장 이상적인 분산 방법은 포트폴리오에 속한 각 주식의 안전성(수익 가능성)과 수익성(수익의 정도), 사업 외적인 리스크 등을 적절한 수준으로 추정 혹은 계량하여 이 수치의 높고 낮음에 따라 개개인의 사정에 맞는 최소한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선에서 추정 수익 확률이 최대한 높아지도록 분산하여 투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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